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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첫 회칙 신앙의 빛 반포
작성자 : 방한준비위원회 작성일 : 2014-03-20 조회수 : 3118
교황 첫 회칙 「신앙의 빛」 반포

프란치스코 교황, 신앙 중요성ㆍ참 의미 일깨워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합작품'



교황 회칙 「신앙의 빛」
 

[외신종합] 교황청은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회칙 「신앙의 빛」(Lumen Fidei)을 발표했다. 「신앙의 빛」은 새 교황의 첫 회칙인데다, 지난해 신앙의 해를 선포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초안을 작성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완성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신앙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며, 신앙의 중요성과 참 의미를 일깨우는 회칙은 80여 쪽 분량으로 4개 장과 60개 항으로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에서 "신앙의 빛은 인간 존재를 밝혀주며 악과 선을 구별하게 해준다"면서 "인류가 완전한 일치로 함께 나아가는 데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신앙의 빛은 유일하고 특별하다"며 "하느님과 만나면서 시작되는 신앙은 우리를 사랑으로 변화시키고, 세상에 새롭게 눈뜨게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과학과 기술, 이성의 빛을 중시하면서 신앙의 빛을 소홀히 하는 시대 흐름을 지적하면서 "교회의 전통은 어둠을 물리치고 길을 비춰준 신앙으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겸손한 신앙을 강조한 교황은 "신앙은 믿는 이들을 겸손하게 해주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한다"면서 이러한 자세는 과학과 신앙의 대화, 종교 간 대화의 길을 넓혀준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 "신앙의 빛이 빛나는 곳은 가정으로, 가정은 남자와 여자의 혼인을 통해 이뤄지고 새로운 생명을 가능케 한다"며 가정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신앙은 공동선임을 강조하며 "신앙의 빛이 교회 내부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겐 신앙의 기쁨으로 삶을 온전히 누리기를 당부했다.

교황청 주교성 장관 마크 우엘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회칙을 완성한 것은 신앙의 일치를 보여준다"며 "교회와 인류를 발전하게 해주는 신앙의 역할에 두 교황이 인식을 같이 한 것은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0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신앙의 해를 선포하면서 신앙에 관한 회칙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회칙을 완성하지 못했다. 새롭게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이어받아 자신의 견해를 추가해 첫 회칙으로 발표했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14일, 박수정 기자]
 

교황 새 회칙 「신앙의 빛」 어떤 내용을 담았나

약자에게 희망 주고 공동선에 헌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회칙 「신앙의 빛」은 신앙에 관한 종합 교리서다. 

서문은 신앙이 빛임을 말하는 성경구절로 시작한다. 이어 아브라함과 이스라엘 시대의 신앙으로까지 신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뒤, 지금 이 시대에 신앙의 해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신앙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운다. 또한 신앙의 핵심인 사랑과 진리의 관계를 살펴보며 과학과 신앙, 이성과 신앙의 관계 등 신앙에 제기되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 이어 교회 공동체와 신앙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가정과 사회 안에서 신앙의 역할을 분명히 제시한다.

「신앙의 빛」은 앞의 3개 장을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나머지 장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두 교황의 합작품이다. 전임 교황은 2012년 가톨릭교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신앙을 재발견하고 교회를 쇄신하자는 취지로 신앙의 해를 선포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신앙의 해를 지내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 신앙을 주제로 한 새 회칙에 대한 준비 작업도 시작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12월 사랑에 관한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발표한 데 이어 2007년 11월 희망에 관한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를 발표했다. 따라서 신앙에 관한 이 회칙이 나오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덕행의 토대이자 지향점인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덕인 향주덕(向主德)에 관한 가르침을 마무리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회칙 초안을 거의 마련한 상황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2월 교황직을 사임했고, 후임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이어 받아 완성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머리말에서 "그리스도 안의 형제로서 전임 교황의 작품을 이어 받아 회칙을 쓰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대주교는 "두 교황이 작성한 회칙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면서 "회칙을 읽는 누구나 베네딕토 16세 교황 가르침의 연속선 상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교성 장관 마크 우엘레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향주 3덕 회칙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완성한 것은 교회 일치의 상징이다"고 말했다.


▨ 머리말(1~7항)

회칙은 신앙의 빛이야말로 주님께 받은 크나큰 선물임을 강조한다. 또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신앙의 해를 선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신앙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을 들여 키우고 강화시켜야 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밝힌다. 


▨ 1장(8~22항) 우리는 사랑을 알고 믿게 되었습니다(1요한 4,16 참조)

1장에서는 △ 신앙의 아버지 아브라함 △ 이스라엘의 신앙 △ 그리스도교 신앙의 완전함 △ 신앙의 구원 △ 신앙의 교회 형성을 다뤘다.

회칙은 신앙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신앙 선조들이 따랐던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약성경의 인물 아브라함을 소개한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음성을 들음으로써 그분을 믿고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칠 정도의 믿음을 보여준다. 하느님께선 그런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미래를 열어주셨다. 신앙은 이처럼 구원의 역사를 안내해 준다. 

이스라엘인들은 하느님을 배반하고 우상을 숭배하기도 했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언제나 용서하며 환대했다.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것은 인류에게 안정과 자유를 준다. 이 같은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 신앙이다.

신앙의 빛은 우리에게 진리를 열어준 중개자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된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듯, 하느님 '전문가'인 예수님을 통해 신앙을 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 2장(23~36항)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 7,9 참조)

△ 신앙과 진리 △ 진리와 사랑의 앎 △ 신앙과 이성의 대화 △ 신앙과 신학 등에 관해 설명하는 2장은 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다. 

교황은 신앙과 진리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강조하며 "진리 없는 신앙엔 구원이 없다"고 했다. 그런 신앙은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의 열망이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로 머물 뿐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또 공동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술만능주의를 우려한다. 

신앙의 빛은 사랑과 신앙의 관계도 강조한다. 우리를 변화시키고 현실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은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이다. 그러므로 신앙과 진리와 사랑은 분리될 수 없다. 신앙은 가진 이들을 겸손하게 해주며 다른 이들을 존중하게 한다. 다른 모든 분야와 대화를 가능케 한다. 신학은 신앙 없이는 불가능하며, 신학은 하느님 존재를 알려주는 협조자다. 


▨ 3장(37~49항) 나도 전해 받은 복음을 전합니다(1코린 15,3 참조)

신앙과 교회 생활의 관계를 살피는 3장은 △ 신앙의 어머니 교회 △ 성사와 신앙의 전달 △ 신앙, 기도 그리고 십계명 △ 신앙의 일치와 통합을 다루며 복음화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하느님 사랑에 눈 뜬 사람은 자기 자신만 그 선물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복음 선포를 강조했다. 예수님의 빛은 그리스도인의 얼굴에서 번져 퍼져야 하며, 세대를 이어 전해져야 한다. 신앙과 하느님의 사랑이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그리스도교를 지금껏 살아있게 했다. 신앙은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는 신앙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십계명은 명령이 아니라 하느님과 대화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모든 것을 자비로 끌어안으시는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향한 길이다.


▨ 4장(50~57항) 그들에게 도성을 마련해 주셨습니다(히브 11,16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쓴 4장은 △ 신앙과 공동선 △ 신앙과 가정 △ 사회에서 생명의 빛 △ 고통 중의 위로와 힘으로 이뤄져 있다. 신앙은 인간관계의 이해를 높여주고, 인류를 강하게 묶어주며 정의와 평화에 봉사하도록 이끈다. 신앙은 모두를 위한 공동선으로, 우리 사회가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도록 해준다. 

신앙이 가장 빛나는 곳은 무엇보다 가정이다. 가정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안정된 결합인 혼인으로 맺어져야 하며, 생명을 탄생시키는 사랑의 공동체로 인식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신앙의 기쁨을 증언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은 실망하지 않는 확고한 희망을 얻는 것이다. 신앙은 나약한 이들의 피난처가 아니다.

신앙이 빛나는 곳은 고통과 죽음의 영역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고통이 주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고통과 죽음을 하느님께 맡기는 순간 신앙은 성장한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으시지만,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은 희망과 연결돼 있다. 


▨ 맺음말(58~60항)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뤄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참조)

교황은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을 신앙의 완벽한 모범인 성모 마리아께로 초대한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14일, 박수정 기자]


교황, 첫 회칙 ‘신앙의 빛’ 반포

“신앙은 인간 삶 모든 요소 비추는 참 빛”


교황 프란치스코(사진)의 첫 회칙 ‘신앙의 빛’(Lumen Fidei)이 5일 반포됐다.

‘신앙의 빛’은 그리스도교 신앙이 ‘성공적이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으로 안내하는 생명의 빛이며, 하느님을 향한 내적 봉헌 뿐만 아니라 사회적 행위를 이끌어내고, 철학과 자연과학까지 포함해 “인간 삶의 모든 요소들”을 비추는 참 빛이라고 선언한다.

새 회칙의 반포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 2005),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 2007)에 이은 ‘향주 삼덕’ 회칙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신앙의 해’에 즈음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의 하나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신앙에 관한 이 회칙의 대부분을 이미 은퇴하기 전인 2013년 2월에 마무리한 상태였으며,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의 훌륭한 저작을 물려받아 나 자신의 내용을 첨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 회칙은 신앙과 이성의 대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많은 인용, 그리고 프리드리히 니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에 대한 많은 언급 등을 통해 베네딕토 교황의 문체와 저술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상 숭배, 영지주의나 바리새이즘(종교적 형식주의 또는 위선)에 대한 엄중한 경고, ‘신앙의 완벽한 표상(icon)’으로서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 나아가 회칙의 한 부분 전체를 신앙이 지상의 평화 및 정의 구현과 갖는 관련성에 대한 성찰로 채운 점 등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이미 젊은 시절부터 갖고 있던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회칙은 짤막한 서문과 총 4개장의 본문으로 구성되고 성모께 바치는 기도로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회칙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어떻게 믿는 이들을 편협한 개인적 존재와 삶으로부터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하느님 사랑의 공동체로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회칙은 또한 우리 모두가, 과학적 진보를 가로막고 개인적 신념의 사적 영역에 국한되는 ‘맹목적 신앙’이 아니라, 모든 백성들을 어두운 이기적 욕망을 넘어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로 가득찬 세상,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충실한 약속에 바탕을 둔 그러한 세상으로 인도하는 빛을 재발견하도록 불리웠다고 선언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대주교는 ‘신앙의 빛’ 회칙 발표장에서 “회칙이 두 교황의 손으로 쓰여진 것은 다행스러운 우연”이라며 “문체, 감수성과 강조점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교황의 가르침 사이에는 본질적인 연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뮐러 대주교와 함께 교황청 새복음화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첼라 대주교와 주교성 장관 마크 우엘레 추기경은, 회칙의 근본 가르침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 선포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신앙을 충실히 삶으로써, 세상을 참된 형제애로 가득하고 약한 이들을 돌보아주는 곳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7월 14일, 박영호 기자]


교황 새 회칙 ‘신앙의 빛’ 어떤 내용인가

하느님 거부하는 ‘인간 위기’ 분석적으로 추적


교황 프란치스코 첫 회칙 ‘신앙의 빛’.


교황 프란치스코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저작을 이어받아 ‘네 개의 손’으로 작성한 새 회칙 ‘신앙의 빛’(Lumen Fidei)는 모두 82쪽 분량으로 위기에 빠진 현대 인류의 상처를 치유하고 참된 삶으로 이끄는 ‘향유’라고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학문적이지만 심하게 무겁지는 않은 언어로, 때로는 시적인 운율로, 회칙은 모두 4개 장의 본문을 통해서 성부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어떻게 인류의 일치를 이끌고, 다른 이들과의 연대를 자아내며, 사회적 공존을 구축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51항).

회칙은 심지어 자연과학 마저도 신앙의 빛에 의해 유지될 수 있으며, 인간이 우주 앞에서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는 신앙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웅변한다(34항). 뿐만 아니라, 신앙은 존재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수호자이며, 제거되어야 할 암적 존재가 아니라 창조의 중심에 선 존재임을 발견하도록 한다. 


‘인간 위기’ 치유하는 ‘신앙의 빛’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는 공히 자주 오늘날 현대 세계의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위기’라고 지적해왔다. 회칙 ‘신앙의 빛’은 이러한 ‘인간의 위기’를 분석적으로 추적하고, 그것이 바로 한 분이신 하느님을 거부하고 결국 우상숭배와 다신주의로 빠져든데 따른 것임을 보여준다(13항).

문제 해결을 위한 인간의 힘만으로의 노력은 결국 허사가 되며(19항), 평등에 바탕을 둔 보편적 형제애의 구축을 추구했던 ‘근대성’은 오래 가지 않았고(54항), ‘사랑’이 이제 더 이상 진리와 결합되지 않고, 그저 떠다니는 감정의 세상과 결부된 경험이 되고 말았다(27항).

회칙은 인간의 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즉, 완전한 진리에 관한 질문이 폐기되고, 진리가 그저 기술, 과학, 인간이 구축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되고 말았다. 개인에게만 정당한 진리, 공동선에 봉사하도록 제안될 수 없는 그런 공허한 진리들이 난무한다. 

회칙은 이러한 것들이 ‘상대주의의 독재’를 야기하며 그 안에서 보편적 진리, 즉 하느님에 대한 물음은 부적절한 것으로 치부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신앙의 빛’은 오늘날 세상에서 위기는 미사 참례율, 성사율, 교회에 대한 존경심이나 사도적 계승에 대한 존중의 부족이 아니라, 인간 자체, 즉 하느님 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의식이 곧 신앙을 환상, 위로, 사적인 문제, 주관적 경험 등으로 치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문과 4개장으로 구성

회칙은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땅을 떠나 하느님께서 약속한 위대한 땅으로 떠나라는 부르심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첫째 장에서 약속된 땅으로 순례하는 이스라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궁극적인 사랑의 역사를 묘사한다. 인류가 이 사랑에 더 많이 취할수록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회칙은 말한다.

회칙은 이어 두 번째 장에서 신앙과 진리의 필연적인 관계를 주장한다. 신앙과 진리가 연관되지 않으면 우리의 믿음은 한갓 동화요, 행복의 환상이다. 현대 세계는 기술 발전과 개인적 만족을 유일한 객관적 진리로 간주하고 우리 존재의 기원에 대한 질문은 의문에 부친다. 

한편 회칙은 사랑이 없으면 진리는 차갑고, 비인격적이고 억압적이며 인간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 삶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을 보고 듣고 믿음으로써 우리는 공동선을 위한 더 나은 봉사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은 비그리스도인, 비종교인과의 대화를 풍성하게 해주며, 하느님과 진리를 찾는 이들이 어떻게 그 빛으로 조명받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회칙 제3장은 신앙의 빛이 보존되고 전수되는 곳으로서 교회에 초점을 맞춘다. 세례와 성체성사를 통해, 신앙 고백을 통해,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십계명을 준수함을 통해 교회는 신앙의 언어를 가르치고 사랑의 삼위일체의 관계 안으로 우리를 이끌며, 그럼으로써 믿는 이들은 누구나 혼자가 아님을 알려준다. 

마지막 네 번째 장은 신앙과 공동선의 관계를 성찰하고 신앙의 빛이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증진하는지, 그리고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대해 존중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회칙은 신앙이 세상의 고통을 없애주지는 않지만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2013년 7월 14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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