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새책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진리를 찾는 이들의 말벗 되고 싶었어요”

사제나 신자들 특히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강조하는 정 추기경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기위한 책을 또 펴냈다.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가톨릭출판사, 220쪽, 9천 원). 지난해 12월 ‘믿음으로 위기를 극복한 성왕 다윗’ 이후 1년 만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윤곽만 보듯이 어설프게 알고 있는 진리를 한층 더 명확하게 깨달으려 정진하는 분들에게 말벗이 되고 싶은 심정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머리말 중에서).

이번 책은 정 추기경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1969년 첫 수필집인「목동의 노래」이후 40년 만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여낸 책이다. 또 올해는 정 추기경에게 신앙과 삶의 지혜를 물려준 모친(이복순 루치아·1996년 작고)이 생존한다면 10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정 추기경은「목동의 노래」에 3인칭 대명사 ‘그’를 주어로 일상 소재에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었다. 2006년「목동의 노래」개정판 인사말에 “‘목동의 노래’는 나의 일부이며 나를 비추어주는 거울과도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새책「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에서는 숨은그림을 찾는 것처럼 정 추기경의 신앙과, 삶의 지혜, 속내를 엿볼수 있다. 

‘왜 하느님은 내 기도에는 응답하지 않으실까?’ 원망하는 사람에게는 라디오를 예로 든다. “하느님의 속삭임을 들으려면 각자가 마음의 라디오 전원을 켜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다이얼과 볼륨을 하느님의 주파수에 잘 맞추고 있어야 하느님 사랑의 메시지를 그만큼 잘 들을 수 있습니다.”(53p)

정 추기경은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신자들을 만날 때면 ‘연출자와 배우’를 예로 들어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능력과 배역을 최선을 다해 발휘할 것을 당부하곤 한다. 자신은 그저 ‘추기경’의 역할을 하는 배우일 뿐이라는 고백과 함께 신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소명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연극이 끝나서 배우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모두가 평등한 배우로 돌아갑니다. 그때 그 배우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 주연을 맡았더라도 반드시 명배우의 명예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연에 단역을 맡은 배우라도 연출자의 뜻을 잘 소화해서 연기를 잘하면 명배우로 칭찬받습니다.”(46p) 

연륜을 더해갈수록 ‘말의 힘’ ‘말의 중요성’은 정 추기경의 삶을 이끌어주는 큰 지혜가 됐다. 어린시절 무심코 밖에서 배운 상소리를 했다가 심하게 야단맞은 후로 일생동안 욕을 입에 담지 않게된 이야기, 한국전쟁 때 100명의 장정을 지휘하며 생사의 갈림길을 수차례 겪으면서도 욕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의 인품에 모든 대원들이 믿고 따랐다는 이야기 등 생생한 삶의 경험을 ‘어떤 이의 실화’로 소개한다.(60p)

전염병이 옮을까 남의 아기에게 젖 나눠주기를 꺼려하던 시절에도 지혜로운 나눔으로 이웃의 아기들을 살리는 등 나눔의 삶을 몸소 보여줬던 정 추기경의 어머니(187∼188p),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생기는 수많은 궁금증을 다정한 말투로 반복해 설명했던 어머니(189∼190p)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언론홍보팀 마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