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2009년 성탄 메시지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요한복음 1장4절).”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http://cc.catholic.or.kr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은 ‘예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낸 메시지에서 우리사회가 올바른 가치관을 회복해야 함을 강조하는 한편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를 우려했다. “돈과 재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한 인간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공동체는 갈등과 분열의 장이 되며 생명경시 풍조는 더 확산될 것입니다.”
정 추기경은 메시지에서 “예수님의 성탄은 유한한 우리 인간에게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보여주신 구원 사업의 시작이며, 모든 사람들을 예외 없이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해주시는 기쁜 소식”이라고 밝히고 “생명은 현세적인 차원을 초월해 하느님의 생명과 결합되어 있다”며 생명 존중을 강조했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물질중심적 삶이 팽배해 다른 모든 가치관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우리 삶의 중심은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진석 추기경의 예수 성탄 대축일 메시지 전문은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인 ‘서울주보’ 12월25일자에 실리며,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홈페이지(http://cc.catholic.or.kr)에서도 볼 수 있다.
한편 정진석 추기경은 오는 24일(목) 밤 12시(25일 0시) 명동대성당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를, 25일(금) 낮 12시에 ‘예수 성탄 대축일 낮미사’를 집전한다.
2009년 예수 성탄 대축일 메시지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요한복음 1장4절).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받고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성탄의 은총 안에서 참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믿음과 화해를 바탕으로 하루빨리 함께 민족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기를 평화의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오늘 모든 사람을 비추시는 참 빛인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요한복음 1장9절 참조). 우리는 구세주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기뻐하며 환호합니다. 성탄은 세상의 창조주이시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시는 하느님께서 여리고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왜 우리와 똑같은 비천한 인간이 되셨습니까? 예수님 강생의 신비를 통해 우리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세주 강생에는 가장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구원하시고 그들과 함께 하시려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성탄은 유한한 우리 인간에게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보여주신 구원 사업의 시작이며, 모든 사람들을 예외 없이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해주시는 기쁜 소식입니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가장 낮은 자리에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 같지 않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게 인간 생명의 신비를 일깨워주십니다. 생명은 현세적인 차원을 초월해 하느님의 생명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 생명은 이 세상 어떤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과 존귀함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이 됐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이 개발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뀔 정도로 외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내면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내면의 풍요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물질중심적 삶이 팽배해 다른 모든 가치관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생명경시 풍조는 우리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높은 수치로 증가하는 낙태와 자살률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또한 핵가족 개념의 확산으로 인구의 절대 수 감소의 위기를 맞아 최근에는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이유와 편의를 위해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효율성을 이유로 더 큰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을 쓸모없는 생명, 또는 짐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경제 성장을 앞세워 출산억제를 강조하며 낙태를 실질적으로 허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 안락사, 인간 생명인 배아를 실험 조작하는 행위 등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또 이를 법적으로 합리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생명은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며 “인간 생명을 공격하는 것은 하느님을 공격하는 것”(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생명의 복음] 9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생명의 문화를 펼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관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돈과 재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한 인간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공동체는 갈등과 분열의 장이 되며 생명경시 풍조는 더 확산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중심은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향해야 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의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삶을 살 때 생명의 문화가 꽃피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 지도자들부터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입법에 종사하는 분들은 생명에 대한 가치를 바르게 인식하고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나눔과 섬김의 삶을 통해 세상 속에서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해 우리 신앙인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밝고 희망찬 곳이 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다시 한 번 기뻐하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예수 성탄 대축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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