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회’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던 김종교(金宗敎) 프란치스코는 1754년 한양의 중인 집안에서 태어나 의원이 되었다. 그는 가난한 데다가 호감이 가지 않는 외양을 하고는 있었지만, 학문에 대한 취미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 주역인 이벽(요한)은 이러한 그를 매우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놀라운 사람이라고 자주 말하곤 하였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에 김범우(토마스)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한 프란치스코는 처음부터 드러나게 교회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1791년의 신해박해 때는 박해자들의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1794년 말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조선에 입국하자, 김종교는 다음해 초 최인길(마티아)의 집으로 가서 주 신부를 만난 뒤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 해 여름에 일어난 을묘박해로 체포된 후에는 마음이 약해져 석방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프란치스코는 즉시 신앙을 회복하고 적극적으로 교회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또 동료들과 함께 신앙 공동체를 이루어 교리를 공부하는 한편,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힘썼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난 뒤 프란치스코는 절친한 최필공(토마스)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는 일시 경기도로 피신하였다. 그러나 정약용(요한)의 문초 과정에서 우연히 그의 이름이 나오면서 체포되었다.
  
   포도청으로 압송된 김종교 프란치스코는 엄한 문초와 형벌에 다시 마음이 약해져 신앙을 버리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형조로 이송된 후에는 갖가지 혹형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굳건하게 신앙을 증거하였다.
  
   “저는 예전에 배교하고 석방된 후 다시 신앙을 회복하였습니다. 주문모 신부를 찾아가 세례명을 받고는 ‘천주교 신앙이 올바른 도리’라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제 형벌과 문초를 당할지라도 조금도 이러한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만 번 죽는다 하더라도 이를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형조에서는 마침내 프란치스코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따라 그는 1801년 10월 4일(음력 8월 27일) 홍필주(필립보)와 함께 서소문 밖으로 끌려나가 참수형으로 순교하였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47세였다.